서산 갯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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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떠 물을 밀어내자 아침 설겆이 끝낸 영숙이네 영장 챙겨들고 물 빠진 반찬 창고로 간다 드넓은 창고에서 바지락, 대숙, 살조개, 함박조개, 돌맛등을 꺼내 담는다 한나절을 돌아다녀도 수확이 옛같이 않다 아픈 허리를 펴고 먼 곳을 바라니 절로 터져 나오는 갯노래, 갯벌의 검은 피부가 일렁거린다

  2        
  소싯적, 어머니가 갯일 하러 나갈 때 종종 따라나섰다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어머니의 노래 소리가 좋아 따라 흥얼거리다 절로 익혔고 어깨너머로 배운 갯일, 한 때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잠시잠깐 떠난 적은 있었지만 평생을 갯것들과 이야기 주고받으며 살았다 개흙 몇 포대 족히 먹고 나서야 알았다 노래가 어머니의 유일한 탈출구며 위안이었다는 것을,      

  3
  수돗가에서 와각와각 바지락 씻어대는 소리 정겹다 맹물에 바지락 듬뿍 넣고 청양고추 한두 개 숭숭 썰어 넣어 끓여내는 와각탕만큼 시원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삶, 줄줄이 딸 여섯 낳고 마음고생 하다가 삶은 대숙처럼 속살 대 빼주고 괴기 한 점 마음껏 묵어보지 못하고 간 어머니, 쇠고기 보다 맛나다는 함박조개 한 입 문 영숙이네 끝내 잃어버린 눈물 한 방울 찾아낸다  

4
  갯벌이 줄어들고 개것들이 듣고 자랄 갯노래도 사라지고 있다 갯것들 애간장 살살 녹여줄 목소라가 없다 좋은 시절 만났더라면 어머니의 노랫가락은 별이 되었을 텐데,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섰던 영숙이네 막걸리 한 잔에 가락을 탄다 썰물이 되었다 밀물이 된다 때론 바람이 불고 꽃비가 내린다 붉은 수평선 위에 둥둥 떠가는 꽃상여, 어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