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동 청상과부의 아리랑



사랑동 철도길 옆 청상과부 술집
술꾼들이 호박꽃에 벌, 나비 들듯 모여들었다
빨간 립스틱에 라면발처럼 잘 보꾼 머리
하얀 송곳니 드러내며
저 남도 가락 풀 때쯤이면
부일폭포 풍으로 막걸리 잔이 따라지고
질퍽한 농담 사이로 젓가락 장단이 구성졌다
노래 가사가 살아 온 삶이요
애환을 가락으로 질곡의 삶을 풀곤 했다
쭈그러진 술 주전자만큼이나 펴지지 않은 생,
일설엔 첫날 밤 소박을 맞았다고 하고
또 일설엔 역마살 낀 남편 바람기와 헤여졌다 하였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눈이 깊은 저 처자, 애처롭던 일
비록 허름치레하게 살아도
겉과 속은 항상 노란 단무지이거나 토마토 같았던 여자,
뭇시선 칭얼댐에 때론 양은주전자처럼 주저앉고 싶었겠지만
웃음과 노래로 풀던 여자,
허튼 여자 같은 허튼 여자가 아닌 그 여인은
그 시절 매운 시詩였다
비좁은 세상 틈새에서 아들 셋 반듯하게 키웠다는
그 풍경 같은 이야기,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