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당신을
더 이상 사람의 간절한 자세로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세를 바꾸겠습니다
아마도 목을 빼고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 목이 길어졌을
학의 모양으로 먼저 기다려봅니다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어둠을 찢으며 컹컹 짖는 소리가 제 기다림과 닮은 탓에
혹은 개의 자세를 취해 보기도 합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론 은여우의 자세가 되기도 하는 것은
달빛을 베어 물은 은여우의 눈빛이 당신을 기다리는 제 눈빛과 너무 똑 같아서 깜작 놀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어쩌다가는 저는 기러기의 자세로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건
오지 않는 당신을
찾아서 날아갈까도 싶은 제 마음을 날개에 얹고 싶어 그런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제 기다림의 자세가 바다 거북이 될 때도 있는데
짐작하시겠는지요 느릿느릿 더디 오더라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려 보겠다는 심사여서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저는 늙은 소나무의 자세를 취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붕어 빵의 자세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붕어빵의 자세는 언제나 같습니다 변치 않습니다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간도 쓸개도 내장도 없지만 찍을 때마다 똑 같은
노릿노릿하게 구워진 붕어빵의 자세로
당신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