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스포츠에 아줌마 영화에 감독도 임순례라니…'

아줌마 영화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소속팀이 없거나 은퇴한 선수까지 모아 가까스로 구성된 대표팀은 실업팀만 1000개가 넘는(당시 국내여성 핸드볼 실업팀은 5개였다) 덴마크를 상대로 연장, 재연장 끝에 승부던지기로 분배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금보다 값진 최고의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팀처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임순례 감독 MK픽처스 제작)도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흥행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포츠 영화 그것도 아줌마 핸드볼 영화의 어려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스포츠 영화, 그것도 30대 아줌마 선수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 만큼 제작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문소리는 "언론시사회 전날에야 제작비 투자가 다 끝났다. 한국영화 시장이 너무 얼어붙어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당초 해외에서 주요 경기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었다. 실제 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이 모두 고려됐다.

하지만 2006년 말 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해외로케도 취소돼 문소리만 아테네로 건너가 짧은 장면을 촬영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감독이 임순례라는 점도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했다. 임순례 감독의 전작은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흥행은 실패한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제작사 MK픽처스 한 관계자는 “촬영을 준비했던 2006년 초부터 영화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 핸드볼에 흥행 안 되기로 유명한 스포츠 영화, 그리고 이미 마지막 결과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 많은 것이 분리했다. 임순례 감독은 모두 인정하는 연출자지만 흥행성을 생각하는 투자들 입장에서 망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문소리와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엄태웅 등 배역에 꼭 맡은 배우들의 최고의 캐스팅에 성공했고 3개월 동안 맹훈련 끝에 지난해 6월 전세계 최초로 핸드볼을 소재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 중반 우연히 한국을 방문하는 덴마크 실업팀을 캐스팅해 결승전 장면을 실감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행운이었다.

 

언론시사회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역동적인 영상이 최우선인 할리우드 스포츠 영화와는 정반대로 몸도 마음도 지친 핸드볼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고 따뜻한 웃음도 더해 기대를 높였다. 대표팀 감독 역을 맡은 엄태웅은 “사실 할리우드 영화처럼 경기 장면을 찍으려면 6개월 훈련하고 수십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몇 달 촬영해야 한다. 우리 상황에서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자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줬고 임순례 감독도 주어진 조건에서 최고의 영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봉 시기도 절묘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배급사 싸이더스FNH 관계자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개봉된 10일을 전후해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복합 상영관을 갖고 있는 배급사의 투자 영화의 개봉이 없었다. 그 만큼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싸이더스FNH는 국내 최대 제작사지만 배급은 아직 신생회사다. 하지만 주요 배급사의 자체 투자 영화 개봉작이 없어(함께 10일 개봉된 ‘무방비 도시’는 CJ의 배급대행 영화였다) 4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돼 그만큼 많은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기록했다. 31일 설 연휴 영화들이 개봉되기 전까지 300만 관객도 충분하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소재로 잘 만든 한국영화가 1월 흥행성공으로 한 해를 시작해 영화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