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정류장 / 은사수 나무


햇빛의 사선이 땅속으로 무한정으로 쏟아지는 날은
아득한 어느날에 손가락을 안으로 오므려 수십번이 됐을 무렵에
정겨운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헐겁고 낡은 정류소의 표지판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지고
표지판의 철판에는 시간표와 같은 버스노선이 있고
정거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을들을 지키고
표지판의 뻘줌한 철기둥은
기대고 있는 햇빛의 날실같은 햇살을 헤아리고
가랑비 같은 실비의 빗줄기를 헤아리고
설한의 바람을 타고 희끗 거리며 내리는 눈발의 갯수도 헤아리던
발가락의 무게가 있었다

철기둥을 향하여
발가락의 모든 관절들이 아리도록
버스시간을 맞추어 달리기 하던 아침 햇살속에서
가끔은 간발의 차이로 멀어지던 버스 버스 ....
황망하게 버림을 당하고
뻘줌하게 섯던 철기둥을 민망하게 돌아 봅니다
하늘 한번 보고 신작로를 바라보고 철기둥 옆으로 서 있습니다
다음번 오는 버스는 같이 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