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문득 /시후배월선



알 커피를 쏟아붓다가 너무 많이 쏟아버렸다
아, 커피 알갱이들
쏟아버린 커피를 다 타 마실순 없지,
아껴 먹기 위하여 난감한 시간을 덜어내어 컵에 담아두었다
컵에 담아둔 커피는 누가 다 타 마시나?
난감한 커피는 게눈 감추듯 한 개도 난감하지 않았다
어버이날
멀리서 집에도 못 가는데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지
무선 사이로 목소리가 들리자 잃어버린 것들이 억수로 쏟아졌다
언제 시간내어 카네이션 꽃 무더기로 쏟아드리고 말겠다고 생각을 키우다가
훌쩍, 엄만 커피처럼 너무 많이 쏟아졌다
나 역시 너무 많이 쏟아진 커피였다
덜어낸 커피도 다 타 마셔버린 뒷 맛이란,
(엄마 나이 서른 살이 내 나이 서른 살을 넘었고
엄마 나이 마흔 살이 내 나이 마흔 살을 넘었고,)



2014/05/09/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