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과 忍生의 차이 / 서리가을


누군가는 인생의 첫 행을 서사시로 시작하고,
그는 인생의 첫 행을 삼류소설로 시작한다.

누군가는 인생의 세 번째 행의 시를 적어가고,
그는 그 소설 속으로 뛰어들어가 주인공의 말을 가로챈다.

누군가는 인생의 여섯 번째 행의 시를 적어가고,
그는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누군가는 인생의 아홉 번째 시를 적어가고,
그는 그 소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누군가는 인생의 열한 번째 행의 시를 적어가고,
그는 삼류소설을 재구성한다.

누군가는 인생의 시 행수를 결백증 적으로 퇴고하고,
그는 대충 그 소설을 끼적이다 책을 덮어버린다.

누군가는 결국 다 쓴 시를 확 찢어버리고 싶어 하고,
그는 쑤시는 머리를 싸매고 침대에 들어 누워버린다.

누군가는 구름 위를 걸으며 한가로이 산책하는 동안,
그는 구름 아래서 쏟아지는 검은 산성비를 온 몸으로 맞는다.

누군가는 화려한 레드카펫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을 때,
그는 자갈이 뒤섞인 험난한 길 위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누군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도움을 외치다 바닥에 떨어질 때,
그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바위틈에 솟아난 나무를 억세게 붙잡는다.

“忍生이 人生이되고, 人生이 忍生이될 수 있는 것, 이것이 人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