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0


부처는 0을 보고서야 한숨 쉬었다
0도 부처의 즐거움 나뭇가지에 걸었다
누군가는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0이 0 아니라 0인 것 알아줄거라며,
안과 밖을 뒤집는 세월 보낸 것-

모든 나무들이 0에서 걸어나왔지만
0을 떠난적이 없었다
오히려 0에서 1 2 3을 해마다 둘렀다
-그래서 나무 그늘에 서면
팔다리가 가슴으로 서늘해진다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름 내걸었지만
모든 것이 0의 안에 있고
0안에 머무를때에야 이파리 돋고
가을마다 산비알로 열매 굴릴 수 있음과
겨울이면 나뭇가지마다 눈꽃 피우는
기쁨 나눌 수 있다는 것-

애초부터 나무들은 알고 있었다
죽음이 0이 아니라 0이 죽음인 것,
죽음은 죽음 아니라 단지 0 되는 것-
수십억년 나무들이 0으로 돌아갔지만
0은 부풀지 않았고 수십억년 나무들이
0에서 나왔지만 줄지 않은 0-

어느날 문득 나뭇속에서 0이 왔다
아니 0은 늘 거기에 있었는데
이슬에 젖은 0이 아미를 툭 쳤을 때,
+ -이 무너졌다 거대한 0이
뼛속의 뼈에 잽싸게 화인火印을 찍었다
-그때서야 가장자리로 개구리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