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 / 隱悲花




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
모닝커피를 진하게 한 잔 타 놓고 나를 흡입하는 이 모니터에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기억을 두드리는 삭막한 공기에
커피는 이미 식었다.

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
1초의 기억들은 일그러진 활자로
눈을 감아도
눈을 떠 있는
또 다른 눈 안의 빛으로
현란하게 춤사위를 일으키고
흩어지며
찢어짐으로
2초의 기억은 1초의 기억을 읽어내지 못한다.

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
밥숟가락 젓가락이 저절로 쥐어지는 태초로부터 각인된 것들의 기억은
훗날 윤회輪廻 되더라도
타 놓은 뜨거운 커피가 금방 거품 빠지듯,
이어폰 안으로 음이탈되어 비집고 들어오는
예민한 내 귀에 수십개의 바늘을 꽂던 바깥의 소음도
청음淸音이라 여기며
이 짧은 순간
소음은
전혀 내 기억에는 없다.

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
그러니 나는 편하다, 모니터 앞에서 기억을 지우고 있는 현재의 나는.

탁!
탁!
탁. 탁. 탁
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