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똥길


그러니까 그 길이 가람이란 근사한 이름을 갖기 전 우리는 그 길을 똥 길로 불렀습니다 한양의 똥은 다 그곳으로 모이는지 똥차가 끊이지 않고 꼬리를 물었으니 그 길이 똥 길로 불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겠습니다

똥물을 가득 실은 똥차가 포장도 안 된 길을 달리고 또 달려서 노면은 월면처럼 보기 흉하게 움푹움푹 패여 만 갔습니다 덩치 큰 똥차가 우스꽝스럽게 기우뚱거렸습니다 똥물이 똥통 안에서 성난 파도처럼 사납게 똥통을 때렸습니다

견디지 못한 뚜껑과 낡은 호스에서 마침내 추깃물 같은 똥물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흘러나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똥차는 급속히 속도를 줄이곤 하였는데 이게 또 뒤따르던 갈길 바쁜 운전자에겐 참기 힘든 곤욕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화풀이한다고 자칫 창문을 내렸다간 뽀얀 흙먼지와 함께 바람에 날린 똥물이 고스란히 자동차 안으로 날아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애꿎은 경음기 소리만 왈칵왈칵 엎질러져 똥 길을 질펀히 적시는 거였습니다

후사경을 흘끔거리던 손마디 굵은 똥차 운전사 슬그머니 부아가 나는지 담배 한 개비 꺼내 물더니 작심한 듯 굴곡이 심한 웅덩이 쪽으로 똥차를 몰았습니다 이크 어이쿠 안 밟을 브레이크도 슬쩍슬쩍 밟아가면서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길가의 버드나무는 한 종일 손차양을 하고 합수머리를 내다보았습니다 길섶의 민들레는 잎이 뜯기면서도 기어이 망울을 터트렸고 넝쿨장미는 여름내 녹슨 철조망 너머로 붉은 꽃 송아리를 줄기차게 피워 올렸습니다